서두에 천지를 진동하듯 개국을 알리는 전 관현악단의 화음에 의한 음향이 터지면, 곧 이어 호른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우리 아름다운 강산의 정경을 그리듯 흘러 나온다. 얼마 후 애국의 첫부분 가락이 느리게 변형되어 나타난다.
이 평화롭고 소박한 분위기는 전원적인 서정으로 이어지며 하프 반주에 맞추어 플루트의 구성진 우리의 민요 가락이 다른 독주악기와 더불어 산뜻하게 흘러 나온다. 우리 민족이 평화를 사랑하고 순박한 민족임을 암시하듯 구김살 없이 아름다운 정감이다.
다시 곡은 1부에서 나온 호른의 정취있는 주제로 시작되어 밝고 흥겨운 타령조로 바뀌고 이어 무도곡조의 분위기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 평화롭고 토속적인 전원 풍경은 일제의 침략으로 산산히 부서지고 민족 비운의 암흑시대로 바뀌고 만다. 평화로운 우리 고유의 가락은 끊기고 민족의 저항과 투쟁이 시작된다. 치열한 독립을 위한 항거가 계속되고 사이 사이에 평화로운 옛 가락이 나오다가도 끊기고 다시 투쟁이 계속된다.
전 관현악단의 강한 음향이 분위기를 더욱 장엄하고 처참하게 만든다. 3.1운동의 민족의 절규와 함성이 천지를 진동한다. 행진곡조의 나팔소리와 함꼐 애국가가 힘차게 불리워지나 강압에 흩어지고 점점 사라지고 만다.
이 독립 투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영혼을 추도하는 진혼곡이 아악의 정취로 연주된다. 그러나 민족의 독립 투쟁은 의지 굳게 다시 일어나 우렁찬 합창으로 대한만만세를 외치며 여기에 애국가를 소리 높이 외쳐 부른다. 8.15 민족 해방의 환희와 감격을 소리로서 외치고 독립의 쟁취를 선언하게 된다.
그러나 독립의 기쁨과 평화로운 분위기도 길지 못하고 우리 강산은 다시 공산군의 남침으로 민족 비극의 암운 속에 시달리게 된다. 옛 평화스러운 노래가 나오다가도 끊기고 만다. 이 민족 비극의 6.25동란에서 조국 수호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의 진혼을 위한 무거운 장송곡이 흘러 나오고,
전체 민족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장엄하게 곡이 끝난다.
이 곡은 일종의 대규모적인 서사음악이다. 교향적 환상곡 <한국>은, 작곡자가 이 작품에 쏟은 집념과 정열, 그리고 오랜 착상과 구상, 또한 작곡에 소요된 오랜 시간적 흐름, 여기에 이 작품이 지닌 방대한 규모와 편성, 작품의 기조를 이룬 작곡자의 역사관과 민족관의 집대성이라는 점 등으로 보아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교향적 환상곡 <한국>은 우리 민족의 발자취와 수난을 그린 역사적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으며, 약소민족으로서의 울분과 저항, 그리고 민족적 긍지가 이 작품을 낳게 했고, 작곡자의 애국적 충정의 발로에서 민족의 슬기와 강인한 의지를 세계 만방에 외치고 싶은 충동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합창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합창부의 주제가 된 애국가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이 두곡은 착상 동기나 작곡 시기 및 완성이 거의 동일하다.
안익태가 애국가 가사를 처음 접한 것은 1930년 미국으로 건너가 첫 기착지인 샌프란시스코의 한인교회에서였다.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을 듣고 한국 사람인 자기가 애국가를 작곡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 후 신시내티 음악대학 재학시에 작곡에 착수했으나 완성하지 못했고, 일본 쿠니타치 음악학교 시절부터 마음 먹었던 교향적 환상곡 <한국>도 미국으로 건너온 뒤 구체화 되어 신시내티 음대를 거쳐 필라델피아 음악대학 재학시에 본격적인 작업을 계속해서 1935년 필라델피아 음악대학을 졸업한 해에 일단 곡을 완성하였다. 뉴욕 카네기 홀에서 뉴욕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작품 심사에 입선,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초연을 하려 했으나 단원들의 고의적인 방해로 연주가 중단되고 말았다.
1936년 6월, 유럽으로 건너온 지 두 달만에 독일 베를린에서 애국가를 완성했다. 그리고 완성된 애국가를 후반부에 삽입하여 주제로 삼아 다시 교향적 환상곡 <한국>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하여 1938년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영국 더블린의 아일랜드 국립교향악단에 의해 세계 초연되었다. 그러나 그 후 8.15 해방까지를 취급했던 작품 내용에 다시 민족 수난인 6.25가 일어나고 마무리 되어 민족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과정을 추가하여 최종적으로 완성하였다.
곡은 단군 시조의 개국으로부터 시작해서 우리 민족이 그간의 역사적 시련을 겪으면서 독립을 쟁취하기까지의 민족의 발자취를 그리고 있다.